법조계 “국회 봉쇄 포고령은 국헌문란…내란죄로 尹수사 가능”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두고 헌법학계에서는 “명백한 위헌·불법 계엄”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 전시·사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일 경우 대통령에게 계엄을 선포할 헌법상 권한이 있지만, 윤 대통령이 언급한 감사원장·검사 탄핵 등 사유들은 계엄 선포 요건을 충족시킬 수 없다는 취지다.
특히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에게 형법상 내란죄까지 적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회에 군대를 투입해 헌법기관인 국회를 마비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포고령으로 국회 권한까지 제한한 ‘국헌문란’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현직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불소추특권을 갖지만, 내란죄는 해당하지 않는다.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기소로 번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야당이 윤 대통령을 내란죄로 고발하고 법원과 검찰 내부에서도 “명백한 위헌이자 불법”이라는 비판이 터져 나오면서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 학계 “명백한 위헌·위법…내란죄 적용 가능”
윤 대통령의 계엄령 발동은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는 계 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탄핵 오남용, 예산안에 대한 자의적 삭감 등 민주당의 행위가 위헌적으로 판단됐다 하더라도 이는 군사적 필요성에 제압돼야 하는 내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검사 탄핵과 예산안 삭감은 헌법에 주어진 국회의 권한 행사”라고 했다.
국회에 군대를 투입한 것도 위법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계엄군은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계엄사령관의 포고령 제1호를 근거로 국회 봉쇄를 시도했다. 하지만 계엄법상 계엄사령관은 계엄지역의 행정기관과 사법기관만 지휘·감독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을 내란죄로 재판에 넘길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형법에선 국가기관을 강압적으로 전복시키려 하는 경우를 ‘국헌문란’으로 보고 내란죄로 처벌한다. 내란죄는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에서도 제외되고, 내란수괴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에 처해지는 중범죄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에서 떨어지고 민간인들을 선동해 미국 국회의사당에 들어가게 한 게 내란선동죄”라며 “윤 대통령은 군인을 투입했다. 국회를 진압하려는 구상 자체가 위헌이고 내란”이라고 비판했다.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인 김승대 변호사는 “내란죄로 성립이 될 수 있지만 그 전에 탄핵 요건이 되니 탄핵절차가 먼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반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의원이나 보좌관은 신분증을 제시하고 출입할 수 있도록 조치한 점 등을 고려해 위법일 수는 있어도 내란으로 보는 것은 확대해석일 수 있다”고 밝혔다.
계엄 선포의 국회 통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계엄법 4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할 때는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에 통고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 헌법소원 청구…“尹 내란죄” 릴레이 고발
헌법소원과 릴레이 고발도 이어지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4일 헌법재판소에 비상계엄 선포 행위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민변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이에 터 잡은 계엄사령관 박안수 육군 대장의 포고령 등 후속 조치는 집회 및 결사의 자유,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일반적 행동의 자유권, 인간의 존엄과 가치 등 기본권을 침해한 행위로 위헌임을 확인해 달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고발도 이어졌다. 개혁신당은 이날 “어제의 계엄으로 윤석열은 내란 수괴가 됐다”며 윤 대통령을 내란죄로 고발했다. 정의당과 녹색당 등도 “대통령 자격을 상실하고 스스로가 쿠데타의, 내란수괴의 범죄자가 됐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법원과 검찰에서도 계엄령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박병곤 서울중앙지법 판사는 이날 법원 내부망에 “윤 대통령이 한 짓은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쿠데타 시도”라고 적었다. 김태훈 서울고검 검사는 검찰 내부망에 “포고령과 그에 기한 병력 전개와 사령부의 조치들은 내란죄 여부를 논하기 전에 직권남용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김도균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대법원이 소극적이고, 심지어 계엄에 동조하는 인상마저 주는 행보를 보이는 상황에 우려와 분노마저 느꼈다”고 적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 “계엄 과정에서 법적 절차 따르지 않았으면 법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는 질문에 “차후에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이날 새벽 대검 부장 회의에서 “(일선 사건 처리에 지장이 없도록) 우리가 해야할 일들을 차분히 하자”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