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에 딱, 마카오 산책
마카오의 반짝이는 밤만큼 좋아하는 것.
맨들맨들 윤이 나는 모자이크 바닥, 원숙하게 색 바랜 파스텔빛 건물. 그래서 오늘은 그냥 걸어 보기로 했다.



평일 한낮에도 마카오는 포근했다. 온화한 바람이 옷깃 안으로 파고들고, 나풀나풀 치마 끝을 흔들었다. 막 가을이 시작되려던 참이었다. 여름이 무색할 정도로 다정한 날씨였다. 그러니까 성 라자루 당구(St. Lazarus Parish)를 걷게 된 건 필연이라고 하자. 좋은 날엔 예쁜 곳이 어울리니까. 요즘 마카오 여행자들의 원픽으로 꼽힌다는데, 이유는 물론 예뻐서다. 평일의 한가한 탑 섹 광장(Tap Seac Square)에 서면 감이 올 테다. 복작복작 인파 사이가 아니라, 한가한 일상에 젖어 들 수 있는 곳이라는 걸.

중국풍 정원인 로우 림 옥(Lou Lim Ieoc) 정원이나 성 라자루 성당 등 곳곳에 관광 포인트가 숨어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관광지화가 덜 됐기 때문에 밀려드는 호객에 손사래를 치거나 유적지를 꽉 채운 쇼핑몰에 현혹될 일은 없다. 꽃망울 터지듯 웃음을 터트리는 학생들, 가게 뒤편에 앉아 한가로이 신문을 읽는 노인, 졸고 있는 고양이. 이 모든 것이 풍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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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파스텔빛
중부에 위치한 성 라자루 당구에서 헤매다 보면 이 또한 필연적으로 남쪽의 세 당구까지 내려오게 된다. 예쁨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레 제일 예쁜 곳에 닿게 되곤 하니까. 가장 예쁜 곳이라면, 당연히 세 당구의 세나도 광장이 아니겠는가.
왠지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면, 세나도 광장 근처에 도착했다는 신호다. 혹시나 고개를 든다면, 어김없이 세나도 광장이다. 광장을 둘러싸고 오밀조밀 유럽식 건물이 모여 있다. 인형의 집에 들어온 양 온 세상이 파스텔빛이다. 건물이 가진 역사적 무게가 회색빛일 거라 단정했던 것이 섣불렀다. 시간은 때때로 이토록 화사하게 쌓이기도 하는가 보다.
왠지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면, 세나도 광장 근처에 도착했다는 신호다. 혹시나 고개를 든다면, 어김없이 세나도 광장이다. 광장을 둘러싸고 오밀조밀 유럽식 건물이 모여 있다. 인형의 집에 들어온 양 온 세상이 파스텔빛이다. 건물이 가진 역사적 무게가 회색빛일 거라 단정했던 것이 섣불렀다. 시간은 때때로 이토록 화사하게 쌓이기도 하는가 보다.
덕분에 이 오래된 식민지 시대의 유산은 이야기보다 이미지로 남는 것 같다. 마카오의 첫 서양식 병원인 자비의 성채(Holy House of Mercy), 무려 멕시코에서 건너온 사제들이 만들었다는 성 도밍고스 성당(St. Dominic’s Church) 앞에 서면 카메라 셔터 소리가 사방으로 리드미컬하게 쏟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