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올라탄 TSMC, 올해 독주체제 더 굳힌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인공지능(AI) 수요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독식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인텔 등 추격자들이 올해 들어 파운드리 사업에서 부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TSMC는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AI 반도체 효과로 가파른 매출 확대에 성공했다. 하반기 주요 고객인 애플의 스마트폰 출시 효과가 더해지면 역대급 실적을 갈아치울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TSMC의 지난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9.6% 증가한 2360억2100만 대만달러(약 10조원)로 집계됐다. 올해 3월과 비교하면 20.9% 상승한 수치다. 스마트폰용 반도체가 계절적 비수기를 지나는 가운데 AI 반도체를 비롯한 고성능컴퓨팅(HPC) 부문이 이를 상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발표한 TSMC의 1분기 매출은 연결 기준 5926억 대만달러(약 25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16.5%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7.7% 증가해 2490억 대만달러(약 10조5000억원)에 달했다. 4월에 더 큰 폭의 매출 성장이 이어지면서 회사의 1월부터 4월까지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6.2% 확대됐다. 반면 삼성전자와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집중하고 있지만 올해 1분기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AI 열풍에 따라 TSMC의 4나노미터(㎚)와 5㎚ 공정을 기반으로 반도체를 생산하려는 고객들의 주문이 쏠리며 실적 상승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 세계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는 TSMC에 제품 생산을 맡긴다. 올해 AI 반도체가 TSMC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해 약 10%에 이를 전망이다. 이어 앞으로 5년간 AI 반도체 매출이 연평균 50% 성장해 2028년에는 20%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측은 "여러 AI 프로세서가 향후 몇 년간 HPC 플랫폼 성장의 강력한 동인이 될 것이며 전체 매출 증분 측면에서 가장 큰 기여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TSMC는 선단 공정의 비중을 키우고 있다. 기존 5나노 공정을 3나노로 전환하는 동시에 내년 하반기 2나노 공정의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AI 반도체 주문이 3나노와 2나노 등 차세대 공정으로 쏠리는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올해 TSMC의 3나노 공정 매출은 전년 대비 세 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AI 반도체를 비롯한 고성능 반도체 제조를 위한 후공정 기술 고도화도 추진하고 있다. 3차원(3D) 적층 기술인 '시스템 온 인터그레이티드 칩스(SoIC)'를 적용한 첫 반도체가 올해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생산능력 측면에서도 올해 작년의 두 배 이상의 첨단 패키징(CoWoS) 증설에 나설 계획이다.
TSMC는 현재의 AI 열풍이 삼성전자, 인텔에 비해 자사 경쟁력을 더 부각할 것으로 보고 있다. AI 서버는 전통적인 중앙처리장치(CPU) 기반 서버와 달리 AI 연산을 위한 전용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신경망처리장치(NPU) 등에서 더 탄탄한 고객 기반을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