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나솔루션'은 왜 구부러지는 설비 안전 점검 센서를 만들었을까 [스타트업 돋보기]


산업 설비 등의 안전 점검을 상시적으로 실시간 자동 모니터링해 큰 사고가 나기 전에 대처할 수 있게 하는 센서. ‘리나솔루션’이 만들고 있는 솔루션인데요. 기존에 수동으로 정기적 안전 검사가 이뤄지던 방식을 해결한 겁니다. 리나솔루션이 주목하는 시장은 예지보전, 복합재 구조물 시장 등입니다.
리나솔루션은 2022년 5월 중소벤처기업부 예비창업패키지 사업 최우수 사례로 선정된 이후, 같은 해 8월 법인을 설립했는데요. 지난해 말엔 블루포인트파트너스로부터 시드 투자도 받았습니다. 현재 프리 시리즈 A 단계 투자 유치를 진행 중입니다.
인터뷰 자리에 함께 한 이상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책임심사역은 △단기적으론 인력 기반으로 비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안전 모니터링 기술 시장을 혁신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는 점 △장기적으론 앞으로 커질 예지보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 등이 투자를 결정하게 한 요인이었다고 했는데요.
이상준 책임심사역은 “지금은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한 다음 사후적으로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 등 기술의 도움을 받아 사고가 발생하기 전 도움을 줄 수 있는 예지보전 쪽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둘 다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라, 안전 모니터링을 효율화하면서 지속적으로 쌓이는 데이터들을 향후 활용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음은 유형민 리나솔루션 대표와의 일문일답.
Q. 소개 부탁드립니다.
기계공학 박사학위 취득 후에 삼성전자, 한국재료연구원을 거쳐 현재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기계공학부 조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리나솔루션은 교원 창업 기업이데요. 리나솔루션이 가진 핵심 기술은 ‘유연 음향 방출 센서’ 제조 기술입니다. 제가 그동안 연구하고 만들어온 것들이 서로 다른 물질이 섞였을 때 특별한 물성을 내는 복합재 기반 센서들이나 구조 재료들이에요. 리나솔루션이 제공하는 건 복합재 센서를 가지고 설비 안전 진단을 할 수 있는 서비스죠.
Q. 일단 음향 방출 센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
음향 방출 센서는 진동을 느끼는 센서라고 쉽게 생각하면 돼요.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초음파 영역의 신호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하는 일은 첫 번째 가스 누출을 센싱하는 것이에요. 가스 누출이 생기면 배관에서 조금씩 새잖아요. 그럼 미세한 떨림이 있어요. 그 초음파 영역의 신호를 센싱하는 거죠. 플랜트 배관이나 도시가스 배관들, 주로 배관에 적용해 오일이나 가스 등의 누출을 감지하죠.
두 번째로 구조물 가운데 복합재로 이뤄진 것들이 있어요. 복합재 내부 파손 신호를 감지하는 일도 하는데요. 철이나 금속으로 된 구조체 자체에선 파손이 크게 일어나지 않아요. 그런데 섬유 강화 복합재의 경우 기지재(복합재료 가운데 하나)가 플라스틱이에요. 플라스틱은 작은 금이 가면 그게 전파가 돼서 최종적으로 파손되는 경우가 있거든요. 작은 금이 전파되면서 내는 초음파 신호를 센싱할 수 있는 거죠.
Q. 센서를 복합재 기반으로 유연하게 만든 이유는요?
원래 음향 방출 센서를 만들 때 세라믹만 사용해요. 그런데 세라믹만 사용하면 단단하니까, 고분자 물질이랑 섞어서 유연성 있는 압전섬유 복합재로 음향 방출 센서를 만든 건데요.
기존 음향 방출 센서는 부피도 크고 유연하지 않아요. 수동 검사 시스템에 용이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에요. 설비 가동을 멈추고 인간이 기기 형태의 센서를 가져다 대는 방식으로 사용해야 해요.
그런데 저희는 복합재 기반으로 유연하게 센서를 만들었기 때문에 (배관 등의) 굴곡진 부분에도 센서를 붙일 수가 있어요. 그냥 IoT(사물인터넷) 기반 무선 센서를 붙여놓고 상시적으로 실시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거죠.
복합재를 가지고 만드는 이유는 또 있어요. 저희 센서를 외부에 붙여도 되지만, 예를 들어 복합재로 이뤄진 풍력 블레이드 자체에 내장해서 생산할 수도 있어요. 블레이드 같은 경우 외관에서 금이 가는 경우도 있지만 복합재 특성상 파괴의 양상이 복합재 내부 계면 사이에서 시작되는 내부 파손이 많아요. 외관 검사만 했을 땐 드러나지 않죠. 그리고 외관에서 파손이 일어나고 있다면 대응하기 늦은 때가 많아요.

Q. 점검에 들어가는 인력 비용도 줄겠네요.
맞아요. 사람이 했다면 1년에 한 번, 6개월에 한 번씩 직접 가서 확인해야 해요. 풍력 블레이드 같은 경우 블레이드 파손이나 모터 파손을 확인하기 위한 1년 유지보수 비용이 한 대당 2000만원 정도 든다고 하더라고요. 저희 제품을 쓰면 비용이 3분의 1로 줄어요. 그리고 자동화 시스템이기 때문에 작업자의 안전까지 관리할 수 있어요.
보통 정기 검사는 외주로 맡기는 경우가 많은데요. 검사하더라도 그 자리에서 바로 고칠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결국 또 다른 업체를 불러야 해요. 저희가 궁극적으로 제공하고 싶은 서비스는 문제가 생겼을 때 선제적으로 대처가 가능하게끔 신호를 센싱해서 고객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거예요.
물론 정밀도나 정확도를 높여야 하는 건 저희 숙제죠. PoC(실증실험) 과정에서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는데요. 그런데 또 실제 사고가 일어나면 안 되니, 실험실 장비를 통해 유사 환경을 만들어 데이터들을 확보하고 있어요.
Q. 현재 실제로 쓰이고 있는 곳은요?
연구개발(R&D) 용으로 연구소에 납품을 하고 있고, 현장 검증을 위해 고객사들과 PoC를 하고 있어요. 롯데케미칼 대산 공장에도 설치 작업을 하고 있는데요. 현장 환경이 계속해서 변하는데, 사람이 계속 확인하기엔 한계가 있잖아요. 오전에 가스가 안 샌다고 해서 오후에 안 샌다는 보장이 없죠. 화학 물질을 다루고 있다 보니 더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곳이에요.
JB(구 중부도시가스)도 고객사인데요. 마찬가지로 어느 위치에서 가스가 새는지 확인해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는 목적이죠. 각 체크 포인트에 센서(채널)를 붙이는 식입니다. 플랜트랑 좀 다른데 가스 쪽은 사람이 비눗물을 배관에 묻혀 확인하는 곳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가스 같은 경우 외부에서 바람이 불게 되면 어디서 누출이 됐는지 확인하기 쉽지 않아요.
Q. 타깃 시장은요.
예지보전(predictive maintenance) 시장인데요. 글로벌 예지보전 시장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산업용 설비나 구조물이 대상이에요. 쉽게 말해 설비나 구조물이 파손됐을 때 수리하러 가는 게 아니라, 이쯤 되면 파손이 될 것 같다라고 수명을 예측해주는 그런 시스템을 저희가 만들고 있는 거죠.
자동차(수소전기차) 수소연료탱크 쪽도 타깃으로 하고 있는데요. 탱크 역시 복합재로 대부분 만들어지고 있거든요. 새로운 소재로 만들다보니 아직 안전 관리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Q. 그럼 복합재로 만들어진 탱크 등이 많아져야 함께 성장할 수 있겠네요?
맞아요. 지금 자동차용 수소연료탱크는 전부 복합재로 만들어지고 있고요. 건축물이나 다른 분야에서도 복합재가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최근에 더 많아졌는데, 탄소섬유 강화 복합재가 많이 쓰여요. 예전엔 탄소섬유 단가가 굉장히 비싸서 못 쓰고 있다가 최근에 에너지를 아껴야 하는 상황이 와서 많은 연구 개발 끝에 단가가 많이 낮아졌어요. 그런데 기존에 쓰이던 금속 같은 거는 파손 예측이 많이 연구개발돼 있거든요. 복합재 같은 경우 성장세에 비해 안전 관리 시스템이 미흡한 상황이라 저희가 뛰어든 거죠.
Q. 수익모델은요?
유연 음향 방출 시스템 하드웨어 대여와 실시간 안전 모니터링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구독 서비스가 주요 수익모델이에요. 작업자를 포함한 안전 관리 수요도 있어서 유연 음향 방출 시스템을 적용한 핸드헬드(Hand–held) 장비 판매도 계획하고 있어요.
Q. 목표는요.
2024년 말 PoC가 끝날 것 같아요. 그때쯤 본격적으로 제품 납품이 가능할 것 같고요. 2026년 매출이 나기 시작하면서 3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때부터 글로벌 진출 전략도 가지고 있어요. 2029년에는 600억원 규모의 매출을 달성하려 해요. 해외는 인도네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보고 있는데요. 사우디아라비아는 워낙 석유화학 플랜트들이 많아서 관리가 필요하고요. 인도네시아 같은 경우 신재생에너지뿐 아니라 화력발전소 등이 많이 지어지고 있어 수요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