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제자리걸음’ 펄어비스, '붉은사막 흥행' 과제


펄어비스가 오랫동안 준비해온 신작 지식재산권(IP) ‘붉은사막’ 출시 지연으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신작이 나온다고 해도 큰 폭의 실적 반등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붉은사막' 출시와 대표 IP인 '검은사막' 이벤트로 마케팅 비용이 늘어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펄어비스의 올해 1분기 매출은 85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0.5% 감소하며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영업이익은 11억원에서 6억원으로 45.5%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36.2% 증가한 128억원이다. 지난해 말로 계획된 '붉은사막' 출시가 연기된 가운데 신작 게임이 없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검은사막' IP로 발생한 1분기 매출은 66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 줄었다. 같은 기간 이브 IP 관련 매출은 180억원으로 6.5% 증가했다. 플랫폼별 매출 비중을 보면 △PC는 전년동기 대비 5%p 감소한 69% △모바일은 6%p 증가한 26% △콘솔은 1%p 하락한 5%를 기록했다.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검은사막' 모바일콘텐츠 업데이트 효과가 매출 반등을 견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지역별 매출 비중을 보면 국내는 0.5%p 감소한 18%를 기록한 반면 해외는 5%p 증가한 82%를 차지했다. 아시아 지역 비중은 29%로 7%p 커졌다. 해외 매출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한 셈이다. 북미·유럽은 2%p 줄어든 53%다.
영업비용은 84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0.2%늘었다. 인건비는 인원 증가와 급여 인상 등으로 3.9% 증가했다. 지급수수료는 10.8% 줄어든 171억원이다.
'검은사막'은 1분기에 ‘길드 리그’ ‘장미 전쟁’ 프리시즌 등의 플레이어간대결(PvP) 콘텐츠를 통해 유저들의 성장 니즈를 자극하며,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본연의 재미를 이끌어냈다고 자평했다. 이브는 온라인 기반의 1인칭 슈팅게임(FPS) ‘이브 뱅가드’를 지속적으로 테스트하며 핵심 이용자를 중심으로 리텐션(retention)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리텐션은 얼마나 많은 이용자가 서비스를 재방문하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로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의 충성도 수준을 나타낸다.
이 밖에 펄어비스는 '게임개발자콘퍼런스(GDC)2024'에도 참석해 블록체인 기반 프로젝트 ‘Project Awakening’을 공식 발표하며 대규모 테스트 소식을 알렸다. 2분기에는 '검은사막' ‘아침의 나라:서울’ 등 신규 콘텐츠 공개와 함께 이브 IP를 활용한 신작 테스트를 계획하고 있다.
허진영 펄어비스 대표는 지난 10일 진행된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오는 8월 독일에서 개최되는 ‘게임스컴 2024’에서 '붉은사막'의 시연 버전을 선보이겠다고 약속했다. 허 대표는 “'붉은사막'은 최적화와 완성도를 높여가며 순조롭게 마무리 작업 중”이라며 “개발 진척 과정은 내부 파트너 시현으로 피드백을 받고 있다. 외부에는 게임 스컴 타깃 마케팅 활동을 통해 공개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내년 출시 예정인 '붉은사막'의 판매량을 300만장으로 예측한다. 이 연구원은 “최근 국내에서 출시한 콘솔 게임들은 높은 기대감에도 200만장 이상 판매량을 넘기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글로벌 게임사들의 콘솔 신작 역시 시리즈물이 아닌 신규 IP인 경우에는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300만장의 판매량 추정치는 보수적인 추정은 아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펄어비스는 검은사막 PC의 중국 판호 발급도 준비하고 있다. 김경만 펄어비스 CBO(최고사업책임자)는 “검은사막의 중국 판호는 관련 당국의 준비서류 제출을 마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며 “내부적으로는 판호 발급에 대한 기대가 높아 발급 이후 빠르게 서비스할 수 있도록 파트너사와 사전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증권가는 향후 펄어비스의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 연구원은 “2·4분기는 '검은사막' PC의 '아침의 나라' 업데이트 등이 예정돼 있지만 인센티브에 따른 인건비 증가, 3·4분기부터는 내년 신작 붉은사막 관련 마케팅비 증가로 적자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분기에는 인센티브 반영과 '검은사막' 20주년 이벤트로 비용이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모바일이 평년 수준으로 회귀할 것으로 가정하고 인센티브 반영으로 2분기에는 영업손실 89억원을 전망한다”며 “'붉은사막' 출시 전까지는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허 대표는 “타사의 마케팅 예산을 매년 사업계획에 반영해 예측하고 있다. 일정 수준의 계획을 가진 만큼 걱정하지 않을 수준”이라며 “이미 많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어 마케팅 비용은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당사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겠다. 인력은 매년 효율적으로 운영 관리해보고 있다”며 “개발인력 수준의 경우 다양한 부분에서 자동화와 효율화를 추구하기 때문에 여러 타이틀을 동시에 개발해도 가능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