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옹'이 유기농·무항생제 '펫푸드'에 집착하는 이유 [스타트업 돋보기]


“개가 먹을 건데 이렇게 까지…”
프리미엄 펫푸드 플랫폼 ‘포옹’ 운영사 ‘매드메이드’가 거래처에서 자주 들은 말인데요. 좋은 원료를 가지고 펫푸드를 만들기 위해 유기농 채소를 쓰고 무항생제 고기를 쓰기 때문입니다. 이대은 매드메이드 대표와 만났는데요. 펫푸드의 질에 공을 들이는 이유,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들었습니다.
Q. 소개 부탁드립니다.
창업에 도전한 지 10년이에요. 첫 창업은 유명인들과 그들의 팬을 연결해주는 ‘위드스타’라는 플랫폼이었어요. 소통 창구를 마련해주고 거기서 발생하는 수익을 유명인의 이름으로 기부할 수 있게 한 서비스였죠. 성과가 나쁘진 않았는데 23개월 만에 접게 됐어요. 빚만 늘었죠.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빚을 갚았어요. 또 다른 창업을 준비하기 위한 돈도 마련했죠.
Q. 당시 실패로부터 반면교사 삼은 부분이 있을까요?
위드스타 당시엔 너무 경험이 없었어요. 투자에 대한 개념도 없었고요. 현금흐름이 막혀서 결국 회사가 폐업을 했는데요. 또 당시에 투자를 받지 않고 제 돈으로 창업했는데,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업계에 실력 있는 사람들을 다 설득해서 데리고 왔죠. 수익이 나지 않는 상태에서 큰 지출이 계속 생겨 뒤늦게 투자를 알아보러 다녔는데요. 시간이 촉박하더라고요. 어찌저찌 자금을 빌리게는 됐는데, 결국 못 버티고 폐업하게 된 거죠.
고객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도 배웠어요. 아무리 규모가 작더라도 경영이잖아요. 현재 회사를 시작할 땐 일단 우리가 하고 싶은 서비스를 하기 전에 손익분기점부터 넘기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개발회사였어요. 스타트업이랑 대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기획과 개발을 해줬죠. 다양한 서비스들을 테스트하면서도 많이 배웠어요.
Q. 반려동물을 위한 플랫폼으로 거듭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당시에 강아지 4마리를 키우고 있었는데요. 한 친구가 갑자기 죽었어요. 장례를 치러주려고 알아보니 금액도 천차만별이고 방법이 없더라고요. 뒷산에 묻어주는 건 불법이라고 해서 법적으로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찾아보니 쓰레기 봉투에 버려야 되더라고요. 말이 안 되는데, 저같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2017년 첫 서비스로 장례 중개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Q. 그런데 장례 중개 서비스는 현재 종료했어요.
투자를 받게 되면서 피봇(사업전환)을 하게 됐어요. 장례 중개 서비스도 2개월 동안 준비해 출시하자마자 매출이 빠르게 올라가긴 했는데요. 그런 문제 해결 능력을 높게 평가받아서 투자를 받은 거고요. 그런데 장례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은 반려인에서 비반려인이 될 수도 있잖아요. 더 이상 고객이 아닌 거죠. 그래서 반려인들의 생애주기를 좀 분석해보고 전반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어떨까 해서 일단 서비스를 접고 기획에 들어갔습니다. 그러고나니 해보고 싶고 가능성이 높아 보였던 건 사료 시장이었어요.
Q. 사료 시장은 왜요?
강아지와 고양이가 겪는 질병의 단순 원인이 대부분 사료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말 못하는 반려동물이라고 생각해서 정말 막 만드는 사료들이 많았어요. 동물 사체로 사료를 만들기도 해서 뉴스에 나왔죠. 그냥 모양만 알갱이로 만들면 된다 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아직도 저급한 원료를 쓰는 데도 상당히 많습니다. 그래서 직접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Q. 그래도 포옹과 같이 반려동물을 위한 프리미엄 자연식을 만드는 곳들은 좀 있지 않았나요? 포옹만의 차별점이나 경쟁력이 있을까요?
경쟁사는 있었죠. 하지만 저희는 제품에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요. 투자를 지금까지 35억원 정도 받았는데요. 다 제품에 투자했어요. 재료 선정을 할 때도 전국을 다 돌아요. 채소도 유기농 채소를 쓰고, 고기도 무항생제 고기를 써요. 저희 제품은 생식빼고 사람이 다 먹을 수 있어요. 생식은 생고기이기 때문에 안 먹는 거고요. 화식은 사람이 먹어도 되게 맛있어요.
고기도 고급 레스토랑에 납품되는 고기를 써요. 양고기 같은 경우 스테이크 고기를 쓰는데요. 저희가 쓰던 원료 레시피가 바뀌게 되면서 고기가 남아 먹은 적이 있는데 정말 맛있더라고요. 거래처 사장님들은 놀라시죠. '개가 먹을 건데' 그런 반응이에요. 그런데 고객들은 다 알아요. 처음엔 모를 줄 알았는데 '왜 비린 냄새가 안 나냐'고 하죠.

Q. 자체 브랜드 제품을 자체 생산한다고요.
제품 질을 위해 모든 과정을 통제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공장에 많은 돈을 들였어요. 단순히 제품을 대량 생산하기 위한 설비뿐 아니라 설비의 위생 수준도 더 높였어요. 예를 들어 지난해 저희가 산 것 가운데 하나가 약 2억원짜리 충진기예요. 바로 제품을 포장할 수 있죠. 고객이 느끼기에 별거 아닌 것일 수 있는데 그런 부분에서도 완성도를 높이고 싶었어요. 김포 공장을 가동한 건 올해부터예요. 서울 방배동 공장을 2년 정도 가동을 했는데요. 김포 공장은 방배동 공장의 10배 넘는 규모입니다.
Q. 타깃은 구체적으로 프리미엄 펫푸드 시장인가요?
처음 생식 제품을 개발했는데요. 이유는 하나였어요. 반려동물 건강에 가장 좋은 형태의 사료가 생식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생식은 생고기로 만들어져서 허들이 높아요. 가격대가 좀 있죠. 그러다보니 프리미엄 시장이 타깃이 됐는데요.
사실 최종 목표는 제품의 평균 질 자체를 높이는 거예요. 실제로 데이터를 보면 저희 제품이 비싸서 기존에 자연식을 사던 고객이 대부분일 거라 생각했는데, 가장 높은 비율은 건사료를 사던 고객들이더라고요. 설문조사를 해보니 변화가 너무 뚜렷해서 한 번 먹이니까 못 바꾸겠다는 거예요. 또 경제력 있는 분들이 많을 거라 예상했는데 그렇지도 않아요.
Q. 어떤 변화가 뚜렷한 걸까요?
생식 같은 경우 영양소 체내 흡수율이 상당히 높아서 변을 보면 뚜렷한 변화를 알 수 있어요. 변 양이 반 이하로 줄어드는 경험을 할 수 있고 변 냄새도 없어져요. 한 일주일 정도 먹였을 때 모질도 달라져요. 윤기가 나죠. 활력도 좋아지고요. 그리고 생식을 포함한 자연식은 기호성이 높은 편이에요. 반려동물들이 잘 먹는다는 거죠. 저희 고객 약 8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을 때 만족도가 95.1%로 높게 나왔어요.
Q. 영양팀도 있다고 들었어요.
수의사와 반려동물 전문 영양사로 이뤄진 영양팀이 있는데요. 모든 레시피를 직접 설계하고 있어요. 반려동물에 맞는 영양 설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예를 들어 사람이 술을 많이 먹거나 밥을 짜게 먹는 경우 하루 종일 목이 마르잖아요. 몸이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반응하는 거예요. 그런데 반려동물은 보호자가 주는 것만 먹다 보니까 우리가 어떤 음식을 잘못 줄 수도 있고요. 물이 더 필요한데 그걸 모를 수 있거든요. 그럼 탈이 나고 건강이 안 좋아지죠. 영양팀은 제품 출시 이후에도 반복적으로 성분 검사를 진행해요. 올 초 출시한 제품은 성분 검사비로 2000만원 이상 들었어요.
Q. 성과는요? 시장 전망은 어떤가요?
제품 판매만 하다가 올해 초 유료 멤버십 서비스를 출시했는데요. 출시 2개월만에 1000명이 가입했어요. 구독 모델인데요. 예를 들어 결제를 하면 결제 금액의 50% 만큼 제품을 더 주는 서비스예요. 올해 유료 멤버십 가입자 1만명을 돌파하는 게 목표인데요.
고객들과 만나다보면 시장이 더 빠르게 성장하지 않을까 느끼기도 하거든요. 육아시장이랑 반려동물 시장을 많이 비교하는데요. 반려동물 시장에서도 아이(반려동물)에 대한 애착이 그 이상이면 이상이지 떨어지지 않는 것 같아요. 실제 반려동물 시장이 육아 시장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더라고요. 반려동물을 정말 아끼고 나라고 생각하는 ‘펫미족(Pet-Me)’이라는 단어도 생겼잖아요.
Q. 마지막으로 현재 목표가 있다면요.
내년엔 상온 보관이 가능한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게 목표예요. 중국 펫샵에 저희 제품 판매 테스트를 해본 적은 있어요. 제품을 가져갈 때마다 하루만에 다 팔리더라고요. 중국이랑 동남아시아 쪽도 반려동물 시장이 굉장히 성장하고 있어요.
내년에 또 장내 미생물 검사 센터를 오픈할 계획인데요.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를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변이에요. 그런데 1차원적으로 변만 보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 장내 미생물 검사를 통해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게 하려고요. 반려동물의 상태에 따라 제품을 추천해줄 수도 있겠죠. 장기적으로 반려동물 건강 관련 다양한 솔루션들을 접목시켜 나가는 게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