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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센트블록, 부동산 조각투자로 ‘젠트리피케이션’ 막을 수 있을까? [스타트업 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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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센트블록, 부동산 조각투자로 ‘젠트리피케이션’ 막을 수 있을까? [스타트업 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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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 (사진=루센트블록)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 (사진=루센트블록)
루센트블록(Lucentblock)은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소유’를 운영하고 있는 스타트업입니다. 현재 시리즈A 단계, 누적 200억원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최근 투자자는 캡스톤파트너스, 한국투자증권, 쿼드자산운용, 하나금융투자, 하나은행, 서울대학교기술지주 등입니다.


루센트블록의 소유 앱에선 주식을 사고 팔 듯 부동산 조각을 사고 파는 거래가 이뤄집니다. 예를 들어 건물이나 상가 등이 상장되고요. 일반인 대상 공모 청약이 이뤄집니다. 그런데 이를 통해 젠트리피케이션(낙후지역이 활성화돼 임대료 등이 상승해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을 풀기 위한 실험도 하고 있습니다. 허세영 대표에게 들어봤습니다.

 Q. 소개 부탁드립니다.

미국에서 공부하다 2014년 한국에 들어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어요. 고성능 컴퓨팅, 보안, 암호, 인증, 블록체인 쪽 연구를 했어요. 창업을 하게 된 계기는 뭔가 의미 있고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더라고요.

2018년 루센트블록 법인을 설립했는데요. 당시 부동산 시장에서 문제를 봤거든요.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하죠. 열심히 장사하는 분들 덕분에 동네 분위기도 좋아지고 유동 인구도 늘어나는데, 임대료가 올라 쫓겨나게 되잖아요. 그런데 만약 내가 적은 돈 가지고 건물의 지분을 살 수 있다면, 임대차 계약이 끝나 쫓겨나더라도 어느 정도 내 몫은 챙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문제는 규제나 법률, 정책 같은 걸 모르는 기술 개발자들만 모인 거예요. 고생의 시작이었죠.

 Q. 어떤 고생이 시작됐나요.

서비스 개발은 금방했어요. 그런데 규제 샌드박스 승인 받는 데 2년 반이란 시간이 걸렸어요. 승인 받고 나서도 당장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신탁사라든지 예탁결제원, 계좌관리기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들과의 접점도 필요하잖아요. 그러다보니 또 1년이 걸리더라고요. 그 시간 동안 비슷한 서비스들은 먼저 나왔지만, 과정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금융 소비자 보호라는 게 중요하니까요. 여러 리스크들이 존재할 수 있고, 해결 가능한 부분들에 대한 안전 장치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계속 고민하며 적용해왔죠.

Q. 안전 장치가 다른 서비스들과 차별화될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요?

여러 가지가 있을 것 같아요. 금융 소비자 보호라는 게 기술적 부분도 있지만, 정책적인 부분, 법률적인 부분도 있잖아요. 정책이나 법률적인 부분을 말씀드리면, 토큰증권이라고 하죠. 저희가 올 2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STO(부동산 등 자산에 기반한 증권을 분산원장 기술을 통해 토큰 형태로 발행) 가이드라인에 따른 토큰증권 구조화 국내 첫 사례예요.

부동산을 맡은 신탁사가 수익증권을 다분할 발행, 이에 대한 전자 등록은 예탁결제원에서 이뤄집니다. 금융 당국에서 저희에게 제안했고, 선례가 됐어요. 그렇다고 독점적으로 이게 더 안전하다는 건 아니에요. 어떤 생태계에 쌓이는 거잖아요. 금융 소비자 보호를 저희만 잘하겠다는 게 아니라,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더라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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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루센트블록)
(사진=루센트블록)

Q. 그렇게 2022년 2월 시작한 ‘소유’는 어떤 서비스인가요?

부동산 종합 투자, 부동산 증권 거래소라고 불리기도 하고 토큰증권이라 불리기도 하는 서비스인데요. ‘모든 이에게 소유의 기회를’이라는 서비스 철학을 갖고 있어요. 임차인, 건물주, 건물을 소비하는 소비자. 이 세 주체가 어떻게 상생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했죠.

금융 서비스이기 때문에 수익률, 안정성 이런 것들에 대한 고려는 기본이고요. 더 들어가서 어떻게 부동산과의 접점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게 중요했어요. 부동산은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다운타우너(수제버거 브랜드) 같은 경우 배당이 매출과 연동되고, 투자자에게 상시 10% 버거 할인이 제공돼요. 단순히 투자하고 수익을 내는 게 아니라 어쨌든 그 곳에 더 갈 일을 만들고 매출을 더 늘리고, 매출에 연동해 배당금이 올라가는 구조로 만들면서 상생하게 하는 거죠.

Q. 그러한 구조가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솔직히 실패할 수도 있고 성공할 수도 있지만,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풀고자 했다라는 유산을 남기고 싶어요. 최소한 이러한 시도 자체가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사실 예전부터 이러한 시도는 많았잖아요. 협동조합도 비슷하죠. 그런데 협동조합 구조는 북유럽 같은 곳에서만 잘 작동하고 있잖아요.

Q. 다운타우너 말고 또 다른 구조는요?

가설 검증의 연속인데요. 부동산 자체가 현물이 존재하는 물리적 장소다보니, 지역 재생이 되더라고요. 대전에선 동네 멤버십으로 건물 하나에만 접점을 만드는 걸 넘어, 주변 상권 음식점 할인까지 제공하는 형태로 풀었어요. 공차(밀크티 브랜드) 같은 경우 영업이익의 80% 정도를 배당으로 줘요. 또 포스기 연동으로 하루 얼마 버는지 실시간으로 볼 수 있고요. 이달 청약을 시작하는 건 전주에 있는 한옥 호텔인데요. 역시 지역 상생을 생각했습니다.

Q. 건물주 같은 경우 어떤 니즈가 있는 건가요?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매도 하고자 하는 건물주 입장에선 팔면 끝이니까 상장시키기도 하고요. 부분 매도도 있어요. 예를 들어 내가 지분 20%만 가지고 나머지는 유동화하는 거죠.

Q. 부동산 소싱과 관리는 어떻게 이뤄지나요.

그냥 발품 많이 팔아요. 눈에 띄고 매력 있는 부동산이 뭐냐는 것도 사람마다 다 다르잖아요. 그리고 부동산도 중요하지만 콘텐츠도 중요하다보니 찾아다녀야 하죠. 사후 관리는 다양한데요. 영업을 하는 주체가 관리하기도 하고, 임차인이 관리하긴 하죠. 그런데 규모가 커지면 자산관리회사(PM사)에 맡겨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사진=소유 앱)
(사진=소유 앱)

Q. 부동산 수익증권도 주식처럼 가치가 움직이나요?

여러 가지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금리 인상이나 유가증권 시장 등과 연동되기도 하고, 배당이 올라가면 또 가격이 오르기도 해요. 그래도 다른 조각투자와 다른게 부동산은 명확한 현물이 있잖아요. 한국에서 입지가 괜찮은 부동산의 가치는 장기적으로 계속 우상향해 간다고 생각해요.

 Q. 이제 1년 반 정도 되긴 했지만, 성과는 어떤가요. 이용자 특성이 있을까요?

가입자 수가 15만명 정도인데요. 20대~30대가 70% 정도 되고, 여성분들이 40% 정도돼요. 40대~50대 보다 투자할 수 있는 돈이 많지 않겠지만, 20대~30대는 훨씬 활발하게 움직이는 세대예요. 얼리어답터(신제품 수용이 빠른 소비자) 분들이 많아요. 이용 고객들과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이 저희가 처음 원했던 목표라서 고무적이에요. 이용자 니즈는 다양해요. 수익률도 있을 수 있지만 햄버거를 싸게 먹을 수 있다든지 등. 그런 니즈를 맞춰주는 게 또 저희 서비스의 숙명이죠.

선착순으로 청약이 마감되는데, 전부 조기 마감됐어요. 보통 한 번 청약할 때 4000명~7000명 정도 몰리는데, 4000명~5000명에서 마감해요. 공모금액은 10억원~70억원 등 다양한데요. 1주에 보통 5000원입니다. 사실 중소형 부동산이라는 게 일반 투자자들의 영역이 아니잖아요. 리츠나 부동산 펀드도 자산가들의 영역이고요. 일반 사람들이 하기 쉽지 않은데, 그 틈을 메우고 싶어요.
 
Q. 루센트블록의 수익모델은 어떻게 되나요.

수수료 기반입니다. 상장, 배당, 거래 수수료 등. 그런데 저희가 소유 말고 PMS(Property Management Service )라고 건물 관리하는 솔루션이 있거든요. 거기서 나오는 매출도 있어요. 소유 앱에 상장하는 건물들을 관리해주는 솔루션으로 만들었는데, 수요가 있더라고요. 회원 가입 시키고 사물인터넷(IoT) 기능·결제 관리 기능 등을 적용할 수 있어요. 맹그로브(커뮤니티 기반 주거 서비스)에서도 쓰고 있어요. 손익분기점(BEP)은 2025년 말이나 2026년 초쯤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다른 지표들을 보고 있고요.

Q. 목표 지표가 있다면요.

단기적으로 올해 월활성이용자수(MAU) 30만명~40만명 정도, 상장 건물 수 10개가 목표예요. 현재 건물 5개가 올라가 있어요. 장기적으론 어떻게 보면 허무맹랑할 수 있지만 젠트리피케이션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풀고 싶어요. 저희는 일단 모두에게 소유의 기회를 주고 있다는 점, 그런 기회를 만들고 있다는 점에 가장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Andrew Chair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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