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카카오·SM엔터' 결합 승인에 내건 조건 '자사우대 금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와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엔터)의 기업결합을 승인하며 내건 조건은 '자사우대 금지'다.
공정위는 2일 카카오와 SM엔터의 기업결합이 국내 대중음악 디지털 음원 시장의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한다고 판단해 시정조치를 부과하는 조건으로 승인하기로 결정했다. 시정조치는 디지털 음원 유통사이자 디지털 음원 플랫폼 멜론(Melon)을 운영하는 카카오엔터에 부과된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2023년 3월28일 공개매수 등을 통해 SM엔터의 보통주 39.87%를 취득하고 같은해 4월26일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카카오는 자사의 글로벌 네트워크 및 사업역량과 SM엔터의 IP(지식재산권) 경쟁력을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SM엔터의 IP에는 음악 기획·제작사가 육성한 대중가수와 관련된 저작인접권과 상표권 등이 포함된다.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을 국내 대중음악 디지털 음원 기획·제작 시장의 유력 사업자이자 디지털 음원 유통 및 플랫폼 시장에서 1위 사업자인 카카오가 디지털 음원 기획·제작 시장의 1위 사업자인 SM엔터와 결합하는 수직형 기업결합으로 판단했다. 카카오는 아이유와 아이브 등 소속 대중가수들의 디지털 음원을 기획·제작하면서 이들 및 타사 음원을 함께 유통하고 있다. 음원 플랫폼인 멜론도 운영하고 있다. SM엔터는 엔씨티(NCT)와 에스파(aespa) 등 소속 대중가수들의 디지털 음원을 기획·제작하고 있다.
카카오는 이번 기업결합으로 멜론을 앞세운 디지털 음원 플랫폼 시장에 이어 디지털 음원 기획·제작 시장에서도 1위 사업자가 됐다. 기업결합 신고 시점을 기준으로 카카오의 디지털 음원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음원 기획·제작 시장(SM엔터 포함) 13.25%, 음원 유통시장(SM엔터 유통전환 포함) 43.02%(써클차트 20위 이내 기준 60%), 음원 플랫폼 시장 43.6%다.
디지털 음원 시장 관계자들도 이번 기업결합으로 카카오가 자사 아티스트 및 음원 플랫폼을 우대할 경우 공정한 경쟁에 제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예를들면 멜론의 경쟁 음원 플랫폼이 멜론에는 없는 신규 요금제를 출시할 때 카카오가 음원을 제때 공급하지 않으면 신규 요금제를 적기에 출시하기 어렵다. 또 SM엔터 소속 대중가수가 데뷔 또는 컴백할 때 멜론을 통해 자사우대가 이뤄지면 다른 음원 플랫폼은 경쟁에서 배제될 수 있다.
공정위는 디지털 음원 시장의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멜론의 경쟁 음원 플랫폼이 카카오에 음원의 공급을 요청할 경우 정당한 이유 없이 음원 공급을 거절하거나 공급을 중단 또는 지연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또 독립된 점검기구를 설립해 점검기구가 정기적으로 멜론의 자사우대 여부를 점검하도록 했다.
점검기구는 카카오로부터 독립된 5인 이상의 외부 위원만으로 구성된다. 멜론의 최신음원 소개 코너인 △최신음악 △스포트라이트 △하이라이징을 통한 자사우대 여부를 점검한다. 최신음악은 최신 발매된 20개의 앨범을 노출하는 상시 배너다. 스포트라이트는 기성 아티스트의 컴백 앨범을, 하이라이징은 신인 아티스트의 데뷔 앨범을 홍보하기 위한 이벤트성 배너다. 공정위는 디지털 음원 매출의 80%는 발매 후 3개월 이내에 발생하므로 음원의 흥행을 위해서는 초기 홍보와 노출이 중요한 점을 감안해 최신음원에 대한 자사우대 점검조치를 부과했다.
카카오는 3년간 이 시정조치를 준수해야 한다. 다만 경쟁제한 우려가 현저히 감소하는 등 시장상황의 중대한 변화가 있는 경우 카카오는 시정조치 전부 또는 일부의 취소 또는 변경을 공정위에 요청할 수 있다. 이번 시정조치는 기업결합 심사에서 플랫폼의 자사우대를 차단하기 위해 시정조치를 부과한 최초 사례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기업결합에 시정조치를 부과한 최초 사례이기도 하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와 카카오엔터, SM엔터는 그간 음악 기획·제작 및 유통 사업과 멜론 서비스 운영에 공정을 기하며 음악산업의 균형있는 성장에 기여했다"며 "앞으로도 이번 기업 결합심사 승인 조건을 성실하게 이행하며 각 사의 IT(정보기술)와 IP 역량을 결합해 다양한 시너지를 창출함으로써 K컬처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와 공정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