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logo
공유주방 넘어 ‘동네 커뮤니티’ 꿈꾸는 '도시주방' [스타트업 돋보기]
IT·과학1321321321
스타트업

공유주방 넘어 ‘동네 커뮤니티’ 꿈꾸는 '도시주방' [스타트업 돋보기]

Andrew Chair tt
입력
수정
(왼쪽부터) 추세호 도시주방사업그룹 전략기획팀 팀장, 이재석 도시주방그룹 상품섹터장. (사진=황금빛 기자)
(왼쪽부터) 추세호 도시주방사업그룹 전략기획팀 팀장, 이재석 도시주방그룹 상품섹터장. (사진=황금빛 기자)
‘도시주방’은 배달대행 플랫폼 ‘바로고’에서 2020년 선보인 플랫폼입니다. 1호점 마포를 시작으로 현재 송파에 6호점을 낸 상태인데요. 배달 전문 상점들에게 주방을 제공하고 있지만, 일반적인 공유주방 플랫폼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동네 사랑방 역할도 꿈꾸고 있습니다. 이재석 도시주방그룹 상품섹터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도시주방에 합류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A) 기존에 공유주방 업체를 공동 창업했어요. 그런데 저는 공유주방이라는 것 자체가 공간을 공유하는 개념이 아니라, 시스템을 공유해야 한다고 보거든요. 공간 공유는 초기 모델이라고 봐요. 그리고 계속 그렇게 많은 돈을 투자해 하드웨어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 안 되거든요. 이 안에 좋은 시스템을 만들고 그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는 구독형 모델이 공유주방의 미래라고 봤어요. 외식업자들에게 다양한 도구 등 소프트웨어가 공유돼야 기업화될 수 있죠. 바로고의 도시주방이랑 뜻이 맞아 합류했어요.

 
Q) 기존 공유주방 모델의 문제점을 더 말씀해주신다면요.

A) 대부분 공간을 자르고 임대하죠. 임대형 주방이에요. 그 외는 사실 큰 의미가 없어요. 거의 모든 공유주방이 잘 되지 않은 이유는 비슷한데, 입점된 상점들이 배달로 매출을 못 올리니까 몇 개월만에 나가요. 당연히 공실이 나면 운영이 안돼요. 공유주방은 설계도 쉽지 않아요. 공간 효율성, 사용자 편의성 다 중요하죠. 배달 전문 공유주방이라도 유휴공간이 미리 확보돼 있어야 해요. 배달 용품이 많아지고, 식자재가 많아지니까요. 그런데 그냥 좁은 공간만 쪼개서 임대한 거죠. 동선의 효율성도 설계에 녹여야 해요.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니까요.

 

Q) 그러면 도시주방은 뭐가 다른 가요? 상점주를 타깃으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나요. 

A) 주방 공간도 제공하지만 홀도 같이 운영할 수 있어요. 푸드 정기 구독 시장과도 연계해줘요. 매출 채널이 다양하죠. 배달 전문 상점은 초기 매출을 내기 힘든데 저희가 도와주는 겁니다. 또 키오스크(Kiosk)나 포스(POS), 배달 등도 연결돼 매출 관리를 한 번에 할 수 있어요. 기본적으로 저희 시스템을 공유하고 있어, 데이터를 보고 저희가 상점에 컨설팅을 제공해 줄 수도 있고요. 그러다보니 실제로 투자로 연결된 사례가 있어요. 회사의 경쟁력은 숫자로 보여줄 수 있는데, 저희가 데이터를 다 가지고 있다 보니 가능한 거죠.

 

도시주방 역삼점. (사진=도시주방)
도시주방 역삼점. (사진=도시주방)

Q) 푸드 정기 구독 시장 연계는 뭔가요? 해당 시장은 어떻게 보시나요.

A) 저희가 병원이나 아파트 등에 단체식을 납품하고 있어요. 그걸 도시주방에 입주해 있는 상점들이 다 만들고요. 장기적으로 푸드 정기 구독 시장이 커질 텐데요. 밀키트(간편식)랑도 연결될 거라고 보거든요. 예를 들어 회사에서 주는 푸드 서비스 혜택을 받고 싶은데, 밀키트로 받았다가 집에서 먹고 싶은 니즈도 있잖아요. 그리고 직원 식당을 운영하려면 최소 식수 인원이 1000명 정도는 돼야 하는데, 대형 오피스 아니면 쉽지 않아요. 그리고 있다고 해도 메뉴가 한정적이잖아요. 급식 시장을 공유주방이 대체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어요.

 

Q) 바로고와의 시너지효과는 어떻게 나고 있나요?

A) 바로고는 라스트마일(Last mile, 상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마지막 단계) 회사잖아요. 제일 중요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어요. 배달이란 건 거리에 따라 비용이 발생해요. 1km, 1.5km, 2km 등 거리에 따라 비용이 달라지고 수익이 달라져요. 예를 들어 돈가스가 많이 팔리는 지역이 아니라, 돈가스를 많이 주문하는 지역으로 이동해야 해요. 저희는 그걸 확인할 수 있는 거죠. 거기에 맞춰 알맞은 상점을 도시주방에 입점시키고요.

참고로 라스트마일은 변수가 많아요. 최선을 다했는데도 상황상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많거든요. 라이더분들에게 인간적으로 잘 대해주는 건 배달 퀄리티와 상점 매출에 영향을 미쳐요. 라이더분들이 콜을 잡는 데는 상점주의 태도도 영향을 미치거든요. 저희 상점주들은 라이더분들에게 음식도 할인해주고 음료도 제공해주고 해요. 이걸 하냐 안 하냐는, 재주문율에 되게 중요한 포인트예요.

 

Q. 도시주방 위치 선정 기준과 상점 선정 기준이 있을까요?

A) 도시주방은 기본적으로 배달 매출을 가장 많이 낼 수 있는 곳을 보고요. 당연히 배달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니까요. 지역 특화적으로 들어가는 곳들도 있어요. 역삼은 단순히 배달 매출이 잘 나와서라기보다 '위워크(공유오피스)'라는 파트너사를 끼고 들어간 거고요. 고속터미널점도 공간적 특성 때문에 들어갔어요. 유동인구가 1년 365일 계속해서 많이 발생하는 지역이다보니, 브랜드를 알리는 실험적 측면이 크죠.

상점은 저희가 발굴해요. 역시 배달 수요가 높은 곳을 다 뽑아낼 수 있으니까요. 규모로 봤을 때 보통 월 배달 매출이 2000~3000만원 정도 꾸준히 나는 곳들이에요. 그런 매장들이 저희 시스템을 이용하면, 다른 도시주방으로 가맹을 확대하기에 알맞아요. 상점주 입장에선 강남 지역에 들어오고 싶은데 매장을 내기 부담스러운 경우 입점하려 하죠. 과감하게 투자하기 전에 시장 테스트가 필요하거나요.

 

Q) 그 외 협업하고 있는 곳들이 있다면요.

A) (자리에 함께 한 추세호 도시주방사업그룹 전략기획팀 팀장) 위워크뿐 아니 '로컬스티치'도 파트너사인데요. 공유오피스와 협업한 이유는, 저희가 애초 일반적인 공유주방처럼 그냥 공간 싸게 빌려서 저렴하게 공사해서 다시 임대 줘서 수익을 내자는 목적이 아니었잖아요. 상점주들이 뭔가 매력적인 공간으로 느낄 수 있고, 매출을 일으킬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공유오피스 입장에서도 단순히 공간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콘텐츠가 필요했고요. 그런데 음식에 대한 것들은 공유오피스 운영사들이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였죠.

최근엔 ‘루센트블록(부동산 조각 투자 플랫폼 ‘소유’ 운영사)’과 업무협약을 맺고 건물 가치를 높이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고요. ‘잇그린’이라는 회사와 협력해 홀과 배달 등에 다회용기를 쓰고 있기도 해요.

 

Q) 도시주방의 수익모델은 어떻게 되나요. 

A) (추세호 팀장) 기본적으로 임대료와 매출 수수료예요. 플랫폼(홀이나 푸드 정기 구독 서비스, 주문 접수, 물류 등)에 대한 서비스 수수료를 받고 있어요. ‘키친 애즈 어 서비스(kitchen as a service)’라고 표현하고 있어요. 다양한 서비스를 붙일 수 있는 구독형 주방이죠. 공유주방업을 하는 운영사이긴 하지만 단순 임대업으로 물리적 공간을 주는 것보다, 거기서 발생하는 여러 서비스들을 다 제공하면서 입점한 상점들의 매출을 극대화하려 해요. 저희가 지향하는 도시주방 형태는 외식업 인큐베이터 역할이기도 합니다.

 

(사진=도시주방 인스타그램)
(사진=도시주방 인스타그램)

Q) 요즘 외식업을 하는 곳에서 인큐베이팅에 많이 나서는 것 같아요.

A) 외식업 폐업률이 높기 때문이에요. 폐업률을 개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인큐베이팅인데, 그게 또 성공 확률이 낮아요. 실제로 보면 외식업을 하면 안 되는 분들이 외식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기본적으로 위생 관념이 있어야 하고 성실해야 하고, 원칙을 지켜야 하는데 그런 걸 잘 못해요. 실제 손익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는 분들도 많고요. 인큐베이터로서 도시주방은 이 분이 외식업을 할 수 있는 분이냐 아니냐를 걸러주는 역할을 한다고도 봐요.

Q) 공유주방 그리고 도시주방의 미래를 어떻게 보시나요.

A) 커뮤니티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핫플레이스 위주의 큰 상권과 동네 스몰 브랜드, 그 외 애매한 건 사라지고 있잖아요. 동네 상권이 얼마나 다양한 걸 제공할 수 있느냐 했을 때, 일상적으로 밥을 먹으러 갈 수 있는 곳이면서 다양한 커뮤니티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도시주방은 공간 대여도 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유지되려면 지역 범위가 넓어지면 절대 안 돼요. 동네에서 모여야 잘 모여요. 옛날 동네 사랑방과 같았던 슈퍼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게 도시주방의 미래가 아닐까 합니다.
 

Andrew Chair tt
#바로고#배달#도시주방#공유주방